장애인도 일을 할 줄 안다.

오늘 전주에 있는 전북 장애인종합복지관에 다녀왔다.

그 동안 다녀온다고 벼르기만 하고 가보지 못했는데, 다행스럽게 날도 좋고 기회가 되어서 다녀왔다.

방문은 군산 금강노인복지관에서부터 인간적 우정을 맺은 정호영 관장을 보기 위해서였다.

내가 어느 글에선가 썼던 것처럼 정말 우연히 맺어진 인연이 나의 속내를 털어놓으며 소통을 할 수 있는 좋은 친구를 갖게 만들어 주었던 것이다.

정 관장은 사회복지사인 현장 사회사업가로서, 또 공부를 하는 사회복지학 학자로서 노인, 장애인에 관한 해박한 지식과 현장에서 쌓아온 경험으로 나하고는 많은 소통을 할 수 있는 적임의 사람이다.

그래서 노인복지관에서부터 인간적 관계를 맺어오고 있을 뿐만 아니라, 나보다 어리지만 친구처럼 격의 없이 속내를 털어놓으며 어줍잖은 사회복지사인 나와 노인복지와 장애인복지에대한 실질적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인 것이고, 그만한 충분한 능력을 그에게서 볼 수가 있어 나는 그를 오히려 존경한다.

그가 군산의 노인복지관에서 전주의 장애인복지관의 관장으로 옮겨와서 그를 보러왔던 것이다.

이곳 전주 장애인복지관은 어쩌면 나에게는 친정 같은 인연이 있는 곳 이기도하다.

물론 내가 장애인이기 때문에 인연이 맺어질 수 있는 곳이기도 하지만, 군산에 사는 내가 전주에 있는 복지관과의 인연도 우연의 인연이었다.

나의 제자 한 사람이 근처대학의 교수로 있으면서, 나에게 이곳에 있는 실내수영장을 소개해주어서 일 년여를 군산에서 전주까지 수영을 하러 다녔었다.

앉아서 수업만하는 나의 건강을 생각하여, 그 당시의 관장을 알고 있던 제자가 주선을 해준 것이다.

장애인들에게 수영은 물리치료의 한 방법으로, 전신운동인 수영을 함으로서 근육의 경직을 방지하고 관절 운동에도 그 만큼 유용한 것이다.

그래서 군산 시에 장애인 수영장의 건립과, 예산이 안 되면 기존 실내수영장에 장애인 수영 레인이라도 설치해 달라고 그렇게 건의했건만 군산 시는 대꾸도 하지 않았었다.

그래서 보다 못한 제자가 이곳에 연결을 하여 일 년을 군산에서 전주까지 아침마다 수영을 하러 다녔었다.

그래서 나는 이곳의 평생회원권도 소지한 이곳 식구이기도 하다.

이렇게 이곳 장애인 복지관과의 인연은 오래되었다.

그리고 장애인 활동보조인으로 일하고 있는 누나의 자격 취득 시에도 내가 군산에서 여기까지 통학을 시킨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층에 있는 관장실에 들어가 보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우연히 맺어진 노인복지관에서의 인연이 이곳 장애인복지관으로까지 이어질 줄은 몰랐었고, 정 관장이 노인복지관을 떠나게 될 때는 많이 서운했었는데 그래도 이렇게 장애인복지관의 관장이 되어서 조금 떨어진 곳이지만 가끔이라도 볼 수가 있어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이번에 방문하여, 내가 그를 보고 있었던 그의 인간성과 면모가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다시 확인하는 계기가 있었다.

관장 실에서의 첫 만남에서, 정 관장은 자기가 이곳에 부임하여 시행한 첫 인사내용을 내게 실증으로 보여주었다.

이번부임 후 첫 직원인사에 새로 채용한 신입사원들을, 내게 소개시켜 주었다.

신입사원은 한명은 여자였고 한명은 남자 직원이었다.

그런데 남자 직원이 중증의 지체장애인 사회복지사였다.

나는 역시 정 관장답다!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적지 않게 놀랐다.

그리고 그 직원의 업무파트가 기획홍보라고 인사를 하기에 역시 정관장이고, 내가 그와 함께 그동안 나누었던 이야기들이 거짓 학자로서의 이야기만이 아니었구나!

역시 정 관장은 현장의 학자구나 하는 것을 실감할 수 있어서 속으로 감동하였다.

장애인인 나는 장애인들에게 직업이라는 것이 얼마나 소중하고, 인간가치를 가질 수 있게 만들어주는 중요한 것인가를 누구보다 절실히 느끼며 살아왔다.

직업은 장애의 유무에 상관없이 먹고사는 바탕이 되는 기본이지만, 소속감과 할일이 주어진다는 것은 인간의 실존가치를 인식하게 하는 아주 귀중한 것이다.

평생을 어디에 소속되어 살아보지 못한 나는, 자유스럽게 살아왔고 자유스러울 수 있어서 좋기도 했지만 늘 나의 정체성에 대하여 마음속의 갈등을 느끼며 살아왔다.

장애인으로 살면서 여러 어려움이 많지만, 직업이 없어서 의식주를 해결할 수 없이 누군가에 의지하고 평생을 살아야 한다는 것은 엄청난 고통인 것이다.

따라서 의식주조차 스스로 해결을 못하게 되면 그에 부수하여 해결되지 못하는 것은 당연히 많아지고 인간답게 살수 없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대다수의 장애인들은 거의가 직업이 없어서 국가에서 주는 몇 푼의 복지수급비로 근근히 살아가거나, 아니면 직업이래야 자기의 의지나 역량과는 상관없는 단순한 작업에 불과한 것들뿐이다.

지금은 장애인 의무고용을 법으로 만들어져 있지만, 그래도 일할 수 있는 능력의 유무에 상관없이 차리라 돈을 내고 만다는 심사이고 경증의 장애인들만이 극소수로 고용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정말 모든 장애인들의 수준이 그들이 보는 것만큼 단순하고 열등할까?

그들의 능력이 그 정도 밖에 되지를 못하고, 그들이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이 그렇게도 열등할까?

그것은 그들의 편견이다.

지체장애인이 프로축구나 프로야구 선수가 되겠다는 것이 아니지 않은가?

시각장애인이 화가가 되겠다는 것이 아니지 않는가?

청각장애인이 피아노 조율사가 되겠다는 것이 아니지 않는가?

농아가 가수가 되겠다고 하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그런데 그들은 재주도 없고 별 볼일 없는 비장애인들도 다 하는 것을 단지 어느 한 곳이 비정상이라는 이유로 모든 것을 할 수 없는 것처럼 받아들여지고 취급을 받아 인간으로의 최소한의 가치를 포기하며 살아야하는가?

그들은 장애인들에게 수퍼맨을 바라고 있다.

장애인이 수퍼맨 정도는 되어야 겨우 비장애인들과 동등 반열로 취급해주는 것이다.

얼마 전에 페랄림픽이 끝났다.

수많은 장애인들이 정말 눈물겹도록 노력하여 비장애인들보다도 월등한 기량을 보이며 인간승리를 보여주었다.

하지만 모든 장애인이 전부 그들과 같을 수는 없는 것은, 비장애인 모두가 전부 프로 스포츠선수가 될 수 없고 연예인이 될 수 없고 판검사가 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인 것이다.

장애인들은 장애를 지녔기 때문에 다른 부분이 비장애인들에 비하여 월등한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런데 자기들도 하지를 못하는 경우가 많이 있으면서도 장애인들에게 장애를 고려하지 않고 많은 것을 할 수 있기를 바라는 것은 얼마나 가증스러운 횡포이냐?

나는 정관장이 장애인 복지관에 장애인 당사자를 채용하여 기획 홍보파트에 기용한 것을 보고 역시 정관장이다! 라고 칭찬을 하지 않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너무 고맙고 그는 한 사람을 이 세상에서 살 수 있게끔 만들어준 것에 대하여 너무 감사한 마음을 드릴 수밖에 없다.

장애인 본인으로서 그동안을 살아오면서 몸소 느낀 불편함과 고충을 경험으로 장애인 복지를 위한 방향을 기획한다는 것이 얼마나 실제적이고 본인 또한 자기의 경험과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멋진 기회란 말인가!

장애인의 불편함과 그에 따른 필요는 당사자가 제일 잘 아는 것이다.

그런 자리에 그 당사자들을 채용하여 더 개선하고 고쳐나가는 것이 진보 아닌가?

입만 열면 복지를 말하는 정책입안자들은 진보적 정책을 말하면서 무엇이 진보이며 개혁인지도 모르는 지적 무능력자들이 아닌가?

많은 것을 알지도 못하면서 책상머리에 앉아 이론만을 씨부렁거리며 장애인복지관의 관장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면서 입으로만 말하고 비싼 세금으로 몇 푼의 금전으로만 보전하려는 복지정책이라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은 있어야 할 자리에 있도록 하고, 없어져야 할 자리에는 없어야 정리가 되는 것이다.

장애인들도 그들이 있어야할 자리가 어디고, 없어야 할 자리가 어디인지 잘 안다.

차라리 그들이 더 잘 알고 있는 것이란 말이다.

왜 그들의 자리를 치우나?

그들도 있을 자리가 그들의 능력에 맞추어 필요한 것이다!

나는 오늘 장애인복지관에 가서 찐빵같이 생긴 진짜 멋쟁이를 만나고 왔다.

우리 정 관장 건강하게, 이 세상이 바뀌는 것을 볼 때까지 나와함께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자!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