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집 달기

우리 집 우편함에 참새가 둥지를 틀었습니다.

대문 옆 울타리에 달려있는 우편함에 참새가 알자리를 잡았습니다.

우리 집은 새들의 낙원입니다.

그만큼 먹을 것들이 지천에 널려있어서, 새들은 우리 집에 오면 완전 무위도식하면서 가끔 우리 누나 눈치나 보면서 이 나무에서 저 나무로 옮겨 앉기만 하면 됩니다.

그것조차 아니꼽다고 지금 들판에 나가보았자 먹을 거라고 작년에 먹다 남은 풀씨라도 얻어걸리면 다행이고, 지들에게는 정말 보릿고개보다도 더한 춘궁기입니다.

그런데 우리 집 닭장에만 들어가면 온 바닥이 먹을 것 천지이니, 지옥과 천당이 비닐하우스 철망 한 칸 사이일 뿐입니다.

따라서 우리 닭장에 들어가면 칼질 잘하는 사람은 그 맛좋은 참새구이를 밤 세워 가면서 구워도 끝이 없을 겁니다.

아마 우리 동네 마룡 새들만이 아니고, 서수면 전체의 새들이 다 모여 있는지도 모릅니다.

왜냐면 다른 곳에서는 새들을 볼 수 없으니까요.

우리 닭들도 으레 함께 먹는 것이 예의이고 조정(鳥情)?인 줄 알고 그냥 그대로 내버려 두니, 참새들이 마치 지들이 닭보다도 서열이 위 인줄 아는지 지들이 먹을 만 한 것은 닭들보다 먼저 골라서 먹어버립니다.

닭 모이 주러 닭장에 들어 갈 때마다 누나하고 새들이 한바탕 술래잡기 싸움을 합니다.

누나는 쫓고 새들은 철망구멍으로 나갔다가, 누나가 나오면 또 대기조부터 일제히 철망 속으로 다이빙을 합니다.

그러니 누나가 하루 종일 지키고 서 있을 수도 없고, 결국은 새들이 승리하지만 그러면서도 누나는 끊임없이 새를 쫓기에 바쁩니다.

예전에 내가 애완조류들을 기를 때부터 우리 집에는 새들이 바글거렸습니다.

참새들뿐만이 아니었습니다만, 이제는 제가 조류사육을 접고 닭들만 기르다 보니 참새들만이 끝까지 버티고 우리 하우스를 떠나지 않고 있습니다.

뒤쪽의 탱자울타리는 새들의 똥으로 나무들이 희뜩하고, 깨죽나무위에서는 파수병들이 올라앉아 망을 보기도 하는 망루가 있습니다.

항상 닭장에는 새들이 먹을 수 있는 모이들이 바닥에 널려있으니 배고플 때 아무 때나 들어오기만 하면 웬만한 집 냉장고 속보다 먹을 것이 많을 것입니다.

예전보다는 메뉴가 많이 줄었지만, 지금도 이정도면 아프리카 어느 나라의 아이들보다도 살이 통통하게 오른 참새들이, 이제 따뜻한 봄이오니 짝들을 찾기에 분주하여 수컷들끼리 싸우는 모습도 종종 볼 수가 있답니다.

이리 나르고 저리 도망가고 좇고... 하는 모습들을 보면 정말 조그마한 참새들도 “곧 죽어도 짹”한다 드니 그 말이 정말 이었구나하고 느낄 때도 많습니다.

지들 멋 내기 위해서, 닭들 먹으라고 마당에 떠다놓은 닭 음용수에 들어가 목욕을 하는가 하면 떨어진 닭털들을 모아서 어디로 가지고 가는지 물어 나르기도 합니다.

일찍 짝을 지은 아이들은 알을 낳아 애기들을 기를 신방을 짓느라고 분주합니다.

아침 일찍 나가고, 특별히 돈 내라는 고지서가 올 때가 아니면 우편함을 열어볼 기회가 별로 없었는데 요즘 팜플렛들이 와서 우편함을 자주 열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며칠 전에 우편함에 잔디부스러기들이 들어있어서 이상하다 생각하기는 했었습니다. 그러다가 어제 현장을 목격하게 되었습니다.

그 우편함에서 참새가 날아 나왔고, 그 옆 울타리에는 다른 한 마리가 입에 닭털을 물고 앉아 있었습니다.

안에 있던 녀석이 나오자 밖에 대기하고 있던 녀석이 닭털을 물고 들어갔다가는 맨몸으로 나와서 둘이서 함께 어디론가 날아갔습니다.

집을 꾸미기 위하여 가구점에 신혼부부가 함께 가구를 보러 갔나 봅니다.

주인이 없는 사이에 문을 열어보니, 아직 며칠 되지 않았는데 벌써 가구를 제법 장만하여 쿠션이 좋은 더블베드도 깔아놓고, 신혼 방을 멋지게 꾸며 놓았습디다.

그런데 층간소음문제는 없지만 외부소음이 많아서 어떻게 거기에서 아이들을 낳고 기를 수 있을는지가 걱정이었습니다.

집배원 아저씨들이 수돗물 고지서도 넣을 것이고, 특히 선거철이 되니 보지도 않는 광고들도 쑤셔 넣을 것인데...

밖에서 놀다 저녁에 들어 와서 여기에서 잠만 자는 금슬이 좋은 지금이야 상관없겠지만, 아이를 낳고 기르려면 부모 목숨하고 바꿔야 될 형편이라 내가 신혼 방을 만들어주기로 작정하였습니다.

집이야 예전에 이미 잉꼬도 살고 카나리아, 십자매, 문조들이 살았던 5000원짜리 고급 주택들이 많으니 그것들을 좋은 부지를 골라 놓아주기만 하면 됩니다.

그래서 울타리의 조금 구석진 곳에 조용하게 육아를 하여 훌륭한 이세를 만들라고 집을 멋지게 달아 놓았습니다.

물론 낮에 밖에 나가 아무도 없는 새에 감쪽같이 이사를 하여 놓았습니다.

집안에 있던 침대를 그대로 옮겨놓아 쿠션이 살도록 해 두었고, 문도 앞문과 옆문이 있는 문조의 집으로 장만해 두었습니다.

이제 저녁에 돌아와서, 자기들 집을 이삿집센타에서 낮 사이에 이사를 해놓았다는 것을 알고 새집으로 옮겨가야 할 건데..

다 쓰러져가는 집이라도 내 집이 좋다고 고집부리며 새집을 거부하면 어떡할까 걱정입니다. 요즘은 해비타트에서 집 없는 사람들도 집을 지어주는데, 지들의 능력을 무시해서가 아니라 지들의 애들에 대한 부정, 모정을 갸륵하게 여겨 목숨하고 바꿀까 봐 새집을 만들어 주었으니...

그 정성을 알고 제발 새집으로, 오늘 저녁부터라도 이사를 갔으면 좋겠습니다.

이참에 평상머리 비가 들지 않는 곳에도 새둥지 세 개를 달아주었습니다.

누나 왈 “이제는 아예 참새를 키우려고 하는 구 먼~~”

“이제 닭 모이 값은 알아서 벌어와~~”

며칠 기다려 보아야 하겠습니다.

새 둥지에 새둥지를 틀었으면 좋으련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