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글을 쓰는가?

글이란 나에게는 무엇일까?

무엇이기에 이 나이에 문단에 나와 창피를 무릅쓰고 글을 쓰는가?

무엇을 쓰려고 하는가?

쓸 수 있겠는가?

눈치 보지 않고, 좌고우면하지 않고, 내가 살아왔던 나의 과정을 가감없이 써내면 될 것이고...

나는 그러기 위해서 늙어서 등단을 시도했고, 그래서 수필가도 되었고, 시인도 되었다.

그러나 되고나니 내 글에서 화장품냄새가 나려고 한다.

그것도 진하게 치장한 값싼 화류계여자처럼~~

아니다.

내가 바라는 나의 글은, 땀내가 조금 젖은 짭짤한 소금기가 배어있는 글이면 된다.

그 소금기가 녹아가면서 그 속에 나도 함께 녹아, 흐르는 물이 되어 망망대해 큰 바다로 흘려 그 속에 섞이면 된다.

어릴 적 꿈꾸던 더 넓은 세상이, 그곳에 있다면 녹으면 어떻고 햇볕에 응고되면 어떠냐?

가다보면 다 녹아 물이 될 터인데...

나는 한곳에 묻히는 흙은 싫다.

차라리 정처 없이 빙빙 돌아 그 자리에 다시 돌아와 여울목이 되더라도, 흐르고 흐르는 물이고 싶다.

난 그런 글을 쓰고 싶다.

인간을 그리며 고향을 그리며 엄마 품과 같은, 정지용처럼 한편의 글에 나를 전부 담을 수 있다면....,

그 글 한 개면 영원히 좋을 것이다.

등단을 하기 전에는 하나의 필부에 지나지 않았다.

그것도 존재 없이 어느 어두운 구석에 웅크리고 앉아 햇볕구경이라도 할려고 쥐구멍이라도 찾으면서.

지금도 그렇다.

하지만 지금은 나에게 이름이 생겼다.

그래서 내 글에 이름을 붙여서 써도 된다고 말들을 해준다.

그래서 감히 내 이름을 붙여서 나의 햇빛을 쏘아댄다.

그것이 비록 뜨겁지 않아도, 달굼을 위해서 담금을 한다.

참 나를 그대로 볼 수 있는, 그 한 개를 위해서

난 사람을 쓰고 싶다.

고향에 있는 그 사람을 쓰고 싶다.

고향을 아는 사람을 나타내고 싶다.

비록 찌들고 누더기가 된 넝마일망정, 그 속에 깨끗한 땀내가 나고 눈물이 베어 가슴을 치는 그 사람을 만들고 싶다.

그런 글을 내 이름으로 만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