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오

오늘이 단오란다.

요즈음은 음력을 사용하지 않아, 특별히 달력에 표시해 두지 않으면 음력으로 치르는 행사는 기억하기가 어렵다.

하물며 부모님 생신도, 부모님 기일마저도 양력으로 환산을 하여 치른다.

워낙 바쁜 생활에 길들여진 후손들의 합리성의 모습인 것이다.

그래서 새해 달력을 받게 되면 부모님의 생신과 기일, 형제들의 생일은 달력에 굵게 표시를 해둔다.

그렇게 하고서도 달력을 보는 횟수보다는, 컴퓨터나 스마트 폰으로 날짜를 보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에 달력에 굵은 표시를 해두고도 지나치기 십상이다.

올해 어머니 기일도 그냥 지나칠 뻔했는데, 객지에 살고 있는 여동생이 기일을 지내러 형님 댁에 와서 내가 참석하지 않은 걸 보고 연락을 해 주어서 저녁에야 부랴부랴 참석하여 겨우 불효를 면했다.

이제 음력은 나이가 좀 든 우리들에게 까지만 효용이 있는 날들 인 것 같다.

양, 음력의 합리적, 과학적 가치에 대하여 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또 말하면 수구 꼴통으로 취급되기가 빤하므로 그러기도 싫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전통이라는 것이 있다.

이것을 우리가 꼭 챙겨야 한다고 강변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가 선진국이라고 말하는 나라들도, 그들은 그들만이 가리는 날이 있다.

우리는 그것을 흉보며 그들이 수구적이라고는 하지 않는다.

그것이 태양력이라고 하는 지금의 달력에 의한 날이기 때문에, 그들의 명절은 당연히 양력이다.

우리는 음력을 찾아서 우리의 전통을 이야기하면 낡은 수구의 개념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그들이 사용하는 태양력은, 그들이 사용했던 날의 개념이 시작되었기 때문인 것이다. 그래서 그들의 기념일은 모두가 양력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우리의 기념일은 일제강점시대 이전에는 모두가 음력 이었다.

더구나 농사를 천하지 대본으로 여기던 순박한 우리 조상들은 24절기를 나누어 농가월령가를 부르며 우리의 삶을 유지, 발전시켜왔다.

그리고 이러한 달의 기운을 중심으로 한 음력 또한 과학적 근거에 의하여 그 가치가 인정된 것이다.

이제는 우리도 사용하는 것이 양력이기 때문에 그것이 보편화 되어있다지만, 우리가 조상 대대로 물려오는 특별한 날들을 음력으로 기억하고 지키는 것이 무엇이 보수란 말일까?

우리가 성탄절을 음력으로 하자는 것도 아니고, 국가의 행사도 음력절기를 잡아서 하자는 것도 아니건만, 진보라는 핑계로 우리의 전통은 모두가 고루한 것으로 치부하여 그 가치를 훼손하고 있는 것이다.

과연 우리의 가치는 모두가 쓸모없고 낡은 것인가?

오늘이 단오라고 해서 우리 민족의 전통이 보편적 가치로서의 가치가 없는지 생각해 본다.

단오는 예부터 우리의 사대명절에 속했다.

농경사회였던 중국 등 동아시아에서 행한 이 의례는, 먹고 살기위한 곡식의 원천들을 파종한 후 그 동안의 고된 노동에서 벗어나 한숨 돌리며 이 씨앗들이 아무런 재액이 없이 잘 자라 먹고살기에 풍족하게 해 달라는 기원의 의미가 있는 주술적이고 휴식의 의미를 담고 있는 단오절 행사는 설날, 한식, 추석과 더불어 우리에게는 4대 명절이었는데....

조상에 대하여 덕을 기리며 풍년을 기원하는 이런 아름다운 풍습이, 과연 과학적 머리로만 계산해서 요즘처럼 쌀도 남아돌고, 밥을 안 먹어도 먹을 것이 즐비한 세상에 조상이 무슨 필요하며 풍년 기원이 무슨 가당하기나 한 말 이냐고 한다면~~

그 말이 옳을 것이다.

그러나 전통은 그것의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닌, 그 속에 담겨있는 정신의 문제인 것이다.

너무 야박하고 약삭빠른 세상에서, 조금은 미욱하고 모자라는 듯이 우리의 정서를 지켜 가면 그것이 그렇게도 무지한 행위란 말인가?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이며 그것이 한류인 것이다.

대중문화는 대중문화로 두고 전통문화는 전통문화로 살려야 한다.

그네를 띄우자!

씨름을 하자!

대통령이 장관에게 단오부채라도 선물을 해 보는 멋들어진 나라가 되어보자!

창포에 머리를 감자! 샴푸와 린스를 하루라도 사용하지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