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이 공보다 더 멀리 날던 시절.7

저녁을 먹고 나면 어슬렁거리며 길거리를 배회한다.

야학을 하기로 마음의 결정을 내린 후 장소를 찾아야 한다.

그 동네는 공단이라 작은 빈 창고 같은 건물들이 더러 있었다.

적당한 건물에 칠판이 있어야 할 것이고, 책걸상은 있어야 하며, 더 중요한 것은 저녁에 사용할 수 있는 전력이 들어와 있는 건물을 찾는 것이다.

하지만 가장 힘 드는 것이 무얼까?

누구든지 야학을 한다는 것을 알면 건물을 빌려줄 리가 없다.

나는 돈이 전혀 없다.

그래서 무료로 빌릴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

전기, 수도료정도만 지불하면서, 애들과 함께 바닥에 자리를 깔고 앉아서라도 책을 읽을 수 있고 이야기들을 할 수만 있어도 우선은 만족할 수 있겠다.

약촌 거리를 중심으로 오리온 공장 쪽까지를 저녁이면 어슬렁거리고 다녀 보았다.

그런 어느 날 오리온 가는 길목 공터에 포장이 쳐지기 시작했다.

내가 눈여겨보지 않을 수가 없다.

나는 혹시 약장수가 치는 가설극장인가하고 생각했다.

그런데 며칠 지나니 포장 꼭대기에 십자가만 내 걸린다.

“아, 개척교회구나!” 나는 저녁에 몇 번을 찾아가 젊은 목사님을 만났다.

“목사님, 개척교회 하시려고 하십니까?”

“네, 그렇습니다.”

제가 10여명이 앉아서 책보고 이야기할 장소를 물색 중인데...돈이 없어서!

목사님 목회가 없는 날에 조금씩만 이곳을 사용하면 안 되겠습니까?

전기료와 수도료는 약간씩이라도 드릴수가 있지만, 사용료는 드리기가 어렵습니다. 전기는 꼭 있어야 하기에...

뭘 하시려고 그러십니까?

네 야학을 할까 해서요.

선생님이 추진하시는 겁니까? 아니면 뒤에서 누군가가?

네, 교사들은 시스템이 갖추어 질 때까지는 보조를 받을 수는 있습니다만...

다른 대안은 전혀 없으십니까?

예, 저는 경험이 없어서.

힘드실 텐데요. 저도 보시다시피 성도들도 없어서 제가 개척을 하여야 하기 때문에, 그냥 바닥에서 예배를 드리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곳이 공단이라 이곳의 젊은이들을 생각하기는 하지만..

예배가 없는 날 저녁에 한 시간쯤 사용하시게 해 드릴 수는 있지만, 제가 적극적으로 도와 드릴 수는 없습니다.

네 그렇게라도 해주시면 감지덕지이죠.

혹시 종교가 있으십니까?

아니 없습니다.

저의 교회에 오시면?

저는 제가하고자하는 일을 종교와는 연관시키지 않으렵니다.

예, 알겠습니다. 아무 때나 개방되었으니 ....

그리고 전기수도는 저도 이 땅 주인댁에서 돈을 주고 빌려 쓰고 있습니다.

알겠습니다. 무슨 말씀인지를.

그럼 학생들은?

장소도 없고 생각뿐인지라 이제 방을 붙일 겁니다.

위험할 텐데요.

그래서 드리는 말씀인데...

제가 연락처도 없어서 이곳을 연락처로 사용하며, 교회성도 모집을 하는 목적으로 ...

야학을 부수적으로 하는 것처럼 대외적으로 한다면, 이해해 주시겠습니까?

제가 생각해 보겠습니다.

그러면 제가 방의 초안을 잡아오겠습니다. 목사님이 수정을 해주시든지...

알겠습니다.

그래서 나는 그 목사님에게 최대한 피해가 가지 않도록 방을 만들었다.

양들이시여! 목자께서 꿀이 흐르는 곳으로 인도하실 겁니다.

인간의 소리로 하느님이 말씀 하셨듯이 우리도 인간의 목소리를 내 봅시다.

예배와 더불어 독서의 시간을 갖고, 우리의 애기들을 해봅시다.

장소:

시간:

이런 내용이었다.

그 다음날 목사님께 가져다 드렸다.

꿀을 젖으로 바꾸었다.

“인간의 소리로 하느님이 말씀 하셨듯이” 는 “하느님의 소리를 예수님의 목소리로 말씀 하셨듯이”로...

이런 내용으로 수정하였던 것 같다.

집에서 얇은 도화지를 사다가 싸인 펜으로 적어 방을 만들었다.

그리고는 늦은 저녁에 방을 붙여나갔다.

하지만 며칠 후에 나가 돌아다녀보면 방은 다 찢겨있기가 일쑤였고, 나중에는 아예 뜯겨 없어졌다.

야학생뿐만 아니라, 교회에는 신도들도 없었다.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실감했다.

그런 어느 낮에 작업 중인 나를 사장이 불렀다.

면담을 하자는 것이다.“ 사장 모임을 갖고 의견을 전달했습니다.”

“ 네, 수고하셨습니다. 뭐라고들 하시던가요?”

“처음에는 절대로 50%를 주장들 했습니다. 최종적으로는 30%를 ....”

“저하고 사장단들하고 우리 애들 몇 명하고 함께 만날 수 없을까요?”

“제가 그렇지 않아도 그런 의사를 전했더니 모두 싫다고 했습니다.

다른 작업장에서는 아무도 말을 안 하는데, 유달리 우리만 시끄럽게 한다고... 제가 총무니까 알아서 하라고 하더라고요.”

“그러면 다른 작업장 사람들은 아직 이 사실을 사장님들이 직원들에게 전달을 하지 않았답니까?”

‘어렴풋이 짐작들은 하고 있지만 몇%라는 것은 모르고들 있습니다.“

“이건 안 되는 일입니다.

일하는 사람들이 자기의 공임이 반절이나 깎인다는데 몰라서야 되겠습니까?”

“그래서 빨리 확정을 지어서 모두에게 알려야 되지 않겠습니까?”

“그럼 사장님은 얼마까지 생각하시며, 또 다른 어떤 조건은 없으십니까?”

그래도 우리 사장은 어느 정도의 말이 통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 것 같았다.

“솔직히 저는 25%까지는~~”

“저는 10%까지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건 절대로 우리가 인정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렇게 하고 다른 조건에서 조정할 것이 있으면 조정해서, 우리도 좀 손해보고 사장님들은 조금 이익보고 하는 선에서 만들어 가십시다.”

“둘이 생각해보고 일주일 더 잡아서 최종적으로 결정 하시지요. 계속 끌고 갈수는 없으니까요.”

“그렇게 하십시다.”

이렇게 또 늘어져갔다.

저쪽에는 사장들이 버티고 있고, 나는 우리 애들 이야기를 들어보아야 하므로 쉽게 둘이서만 결론을 지을 수 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