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복지관의 복날 풍경

“여름은 더워야 여름이고, 겨울은 추워야 겨울이다.” 라고 한다.

그것은 우리나라가 삼천리금수강산이고, 사계절이 뚜렷한 아주 멋진 계절을 가졌을 때의 이야기이다.

이제 우리나라도 온대 복판의 나라에서 아열대로 접어들어, 예전에는 보지도 못했던 열대성 과일들이 직접 길러져서 시장에 나오고 있다.

그러한 경우를 보면, 이제 우리도 사계절이 뚜렷한 온대지방이 아니라는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다.

요즘 우리 한반도는 연일 35도 이상의 불볕더위가 계속되고 있다.

여느 때 같으면 장마의 막바지로 이곳저곳에서 수해 복구를 위하여 비지땀을 흘리고 있을 때였다.

하지만 올해는 태풍이 올라온다는 소식이 있더니 다행히 소멸이 되어 우리에게는 아무런 피해를 주지 않았다.

그런데 장마철도 있는 둥 마는 둥 이제 끝이 난 것 같다.

그 대신 일찍 온 폭염은 연일 기록을 경신하며 맹위를 떨치고 있는데, 더더구나 오늘은 꼭 치르고 넘어가야 할 여름의 중심, 삼복중에 초복 날이다.

요즘은 반려동물에 대한 동물보호론 자들의 보호와 또 이에 따른 시류 덕에, 항상 이때가 되면 일 년 중 가장 신변에 위협을 느끼게 되는 견공들이 올해는 그 귀한 목숨들을 보존하지만..

그 대신 아직 자라다 만 병아리들이 수난을 당하고 있다.

예전에도 그랬지만 “복 달음” 이라는 이름으로, 한여름의 더위를 나기 위한 보양식으로 많이 먹던 보신탕, 삼계탕, 과일들이 ...

이제는 주로 삼계탕으로, 더 많은 자라다 만 영계들이 이때를 넘기기가 어려워 졌다.

며칠 전부터 우리 마을에 있는 도계공장으로 아침마다 몇 대의 트럭들이 병아리들을 실고 들락 거렸다.

보양식은 여름 더위에 땀으로 쏟아내는 몸과 마음의 진기를, 몸에 좋은 음식으로 기를 보충하기 위해서 먹는 음식이라는 것은 안다.

그런데 주로 삼복더위에 으뜸으로 쳐주던 보양식인 보신탕은, 이제는 삼복에 더 눈을 크게 뜨고 지키는 동물애호가들 덕에 사철로 나뉘어 먹게 되어서 눈에 덜 띄는 사철탕 이라는 이름으로 바뀌어 애호가들을 유혹하지만...

아직도 닭들에 대한 보호운동은 없어서 애꿎은 닭들, 그중에서도 아직 자라지 않은 병아리만한 영계들이 죽어가고 있다.

우리가 채소와 잡초를 나누어 기르고 뽑아버리는 것처럼, 개와 닭이라는 이름으로 보호되고 도태되기도 하는 구분이 생겨버린 것이다.

닭들은 왠 날벼락인가?ㅠㅠㅠㅠ

태어날 때도 왕후장상의 씨가 따로 없는데...

왜 얘들은 애꿎은 목숨까지 걸어야 할 출생의 애환이 있으니~~~ 애재라 닭아.^^^

요즘 삼계탕도 웬만한 음식점에서는 다 하는 데, 왜 삼복에만 더 유난을 떨어 얘들이 스트레스를 받아 이 더위에 지레 죽어나갈 모양이다.

며칠 전부터 복지관 복도에는, 초복 날 특식으로 삼계탕을 제공하겠다는 공고가 붙어있었다.

예년에도 그랬지만 올 여름은 유난히 더 덥고 복지관의 이용객들도 늘어났으니, 이날 복지관 점심시간은 전쟁일거라 짐작은 하였다.

오늘 점심시간에는 식사를 하기위한 대기 줄이, 거짓말 없이 20여m는 될 법하였다.

영양 보충하여 복을 벗어야 하는 것보다 우선 밥 먹기가 이렇게 힘이 드니, 한 그릇으로는 줄을 서서 기다리는 품을 보충하기에는 어려울듯하다.

늙은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한 번도 본적이 없는 분들이 삼삼오오 ...

점심배식시간이 11시 반 부터인데 ...

밖에 나갔다 오시는 서실 형님들이, 이미 10시부터 줄을 서 있더라고 혀를 내두른다.

그런데 우리 복지관 이용객들이 아닌 분들이 태반 이더라며, 이러다가는 우리 복지관 식구들도 점심 먹기 어렵겠다고 걱정들이시다.

그 걱정을 해소하기라고 하려는 듯이, 사무실 직원들이 각 교실을 드나들면서 “오늘 점심배식은 11시 반 부터이지만, 식권의 배부는 10시부터 할 것이니까 미리 식권들을 받아놓으라.”고 전하고 다닌다.

이렇게 특식이라고 하는 것이 있는 날이면, 이 인근의 주민들을 비롯하여 다른 복지관의 이용객들도 우리보다도 먼저 와서 들 대기한다.

미리 특식이 나온다는 것을 알고 시간만을 기다리는 것이다.

그리고는 점심 후에는 썰물 흐르듯 쫙 빠져 나간다.

예년에는 우리 복지관 종사자들이 밥이 없어 먹지 못할 정도였고, 닭은 고사하고 국물 맛도 못 본 선생님들이 많아서...

나는 관장과 함께 밖에 나가서 점심을 해결한 적이 있다. 올해는 더 할 것 같은데.....

복지관 이용객들을 우선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복지관회원증을 군산시내 모든 복지관에 두, 서너 군데에 회원으로 가입해 있으니 어쩔 수도 없고..

이들은 평소의 점심 식사시간에도 밥 먹기 순례를 한다.

각자 복지관의 식단을 알아내어서 자기의 입맛에 맞는 식사를 찾아서, 그리고 오늘 같은 특별한 날은 이곳저곳으로 돌아다니면서 그 복지관 당사자들도 밥을 먹지 못할 정도로 기승을 부린다.

이것이 왜 그럴까?

이들이 점심식사를 할 수 없을 정도의 경제적 문제가 있어서 그럴까?

혹간 그런 분들도 계실 것이다.

그러나 정작 그런 분들은 뒷전에서 눈치만 보고 있다.

많은 수의 노인들이 그렇지 않은 분들이라는 것은, 그들과 서로 안면이 있는 우리 복지관의 어르신들로부터 확인되는 것이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의 식사여부에는 아랑곳없이, 미리 와서 장사진을 치고 악다구니를 한다는 것은...

참, 어른으로의 양식의 부재 이외에는 뭐라 할 것인가. 그냥 재미삼아서?

연금생활을 하며 여유가 있는 사람이라고 확인되는 사람들조차도...

바로 정부에서 시행하는 복지정책의 수혜자들의, 많은 이들의 양식을 보는 것 같아 기가 막혔다.

이것은 비단 노인들의 문제만이 아니었다.

이번 지방선거 때에 투표소에서 만났던 많은 젊은 엄마 아빠들~~

이들이 전부 이곳 농촌에 사는 사람들 이었다면, 농촌에 젊은이들이 없다는 말을 듣지 않았을 것이다.

이들은 농촌에 일 년에 한 번도 찾아오지 않는 아버지 엄마에게 이곳 주민으로 등록이 되어, 아이들 울음소리도 나지 않는 시골에 주는 여러 가지 복지혜택을 받기위한 짓거리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이렇게 복지라는 이름으로, 오히려 도덕이 흐려지고 양심이 악용이 당하고 있는데~~~

어디 이런 곳이... 여기뿐이겠는가!

정부에서는 모르나?

오늘 복날에 병아리 반 마리를 보며, 병아리보다도 못하는 양심들을 본 것 같아 씁쓸하다.

이렇게 미리 배운 젊은 엄마, 아빠는 머지않아 어르신이 되어 노인복지관에 들어갈 텐데...

미래의 노인복지관 초복 날의 풍경은 빤하지 않겠는가?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