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

비 오는 짙은 가을의 오후에는 후미진 골목,

이층 작은 카페에서 진한

에스프레소를 두잔 마신다.

석 잔도 좋다.

앞에는 장미보다 진한 화장을 하고

길가를 내려다보는 향기진한 마담이 있으면 더 좋다.

함께 길 건너 학교의 빈 운동장을 보다,

어쩌다 눈이라도 마주치면 텅빈 웃음을 주고받아도 좋다.

운동장 길가에는 죽어 쌓인 잎들만이 켜켜로 누워 있다.

나무는 벌써 바람에 저며져 육탈을 한다.

한점, 한 점 떨어진 부드럽던 살점들은 벗겨떨어져 해골이 되어

이제 잘 갈아둔 메스인 바람이불어도

져며 질 살점도 없이 아이들은 이미 질식하였다.

그 냄새가 빗바람을 타고, 비명과 함께 창을 두드린다.

살짝 열어 드렸더니 울음이 처량하고,

썩는 냄새와 이미 시체가 된 탈골의 해골들이 함께 요동을 친다.

앞에 앉은 향수보다 진한, 마담의 눈에서는 우수가 젖어있다

또 우린 눈과 마주 친다.

에스프레소를 또 한잔 주문한다.

더 진하게

오늘같이 비가오는 짙은 가을에는,

후미진 대로 막다른 이층카페에는 그런 사람과 함께~~

아메리카노 보다 더 진한.

더 쓴 슬픈 사랑의 향이 있는 에스프레소를 마시자.

only yesterday를 들으며.....

비 젖은 포도에 쌓이는 늙은 은행잎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