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택

한 발짝 들어가면 옛날이 거기인데

삽짝 문 안쪽에는 큰기침 호령이고

따스한 골목 안에는 종종걸음 아낙이.

해 좋은 텃밭에는 싱그런 새싹들이

양반네 겨울 상에 햇것을 올리려고

앞 텃밭 채전 갈아서 상전 상에 올렸다.

천석꾼 만석꾼이 한 되빡 흰쌀들이

몸 받아 가을 걷어 곳간에 넣어두니

호남의 제일이라도 겉보리만 못 하네.

그 소리 무심하여 담장에 기대서니

앞 뫼에 작은 다랑 이름 모를 산새가

옛 할매 보고파선지 소리 못내 오가네.

작은 새 뉘 들세라 날개 짓 소리 작아

풀숲에 숨어들어 맥없이 훌쩍여도

세월에 자지려버려 짓눌려진 풀밭이라.

그 속에 누워있는 할배 할매 숨 없고

오가며 귀 기울여 그 소리 듣겠느냐

어즈버, 세월 속에서 그 넋이나 기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