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가을사랑..그리움, 외로움.

오늘아침에는 모처럼 마음을 먹고 복지관을 떠나서, 페북 친구인 지인을 만나 서로 사는 외롭고 슬픈 세상얘기를 하고,

전라북도에 있는 각 장애인복지관 종사자들인 사회복지사 선생님들의 체육대회에 참석 구경을 하였다.

항상 장애인들의 틈새에서 힘든 고생들을 하시다, 모처럼 맞은 신나는 날에 신나게들 어울려 소리 지르며 뛰고 웃는 천진한 남녀 선생님들의 모습들을 보았고, 페이스북을 통하여 안면을 익히고 있는 몇몇 분들을 직접 뵙고 반가움을 전하며...

그동안 미루어 두었던 코스모스 구경을 나섰다.

축제라고 사람들과 차에 칠 것이 빤하여 미루어두며 기다리던 꽃구경이, 그동안 꽃들이 지지나 안았을까 우려하였다.

인파가 북적이는 곳을 싫어하는 성격이라 일부러 조용 할 때 자주 찾아가던 벽골제 가는 길가에는,

아직도 꽃들은 늙어가고, 생겨나며 흔들거리고 있었다.

탄생과 소멸은 윤회라지만, 갑자기 일찍 서둘러 추워진 겨울문턱에 얘들도 조락을 하는 것이 아닌지 가련하다.

아무리 단일성 식물이라 낮이 짧아야 더 화려하다지만, 붉은 분홍 하양 노랑의 향연은 더 두어져도 좋았으련만....

무엇이 그리 바빠 허이허이 헐떡이며 겨울이 돋아와, 이들의 한때 기쁨마저도 시기를 사는지 모르겠다.

오랜만에 서실을 빠져나와 바람 부는 교외를 쉬엄쉬엄 돌아서 외로운 원족 길이지만, 어느 때는 혼자가 더 그리울 때도 있는 것이다.

오늘은 그냥 혼자 가면서 길 꽃들이나 흠씬 보아야겠다.

길가에 아직 남아 흔들리는 늙은 코스모스 길을 따라서 벽골제에 도착했다.

벽골제에는 며칠 전 만하여도 수많은 인파에 차를 대기조차 어려웠다는데, 나처럼 붐비는 것을 싫어하는 몇 사람만이....

아직도 미처 치우지 못한 전시물들을 조용히 그리고 혼자서들 둘러보고 있었고, 일하는 사람들만이 남겨진 시설물잔해들을 제거하느라고 분주했다.

하지만 아직도 소나무 밑에 붉게 핀 사루비아와 노란 서광은, 짚풀공예, 목공예 체험관 토방에 놓인 보라색 소국화분들과 어울려 미색을 자랑하고 있었다.

짙어가는 추색과 어울리는 몇 포기의 구절초들은, 은은한 향기와 작은 꽃송이를 갑작스러운 추운 가을바람에 시달리는 듯 가냘파 보였다.

그래도 이 꽃들은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부대낄 때보다는, 오히려 한가로운 지금이 사람의 발길이 그리운 듯 추워보였다.

사람들도 없는 황량한 바람에 감나무 낙엽들만이 굴러...

추위를 덮어주기라도 할양으로 낙엽을 둘러쓰고 있는 꽃들이, 더 텅빔을 을씨년스럽게 하고 있다.

그 많던 발길이 나누어 찾아주면, 꽃들도 이리 그리워 추위에 웅크리지는 않았을텐데..

모진 인심들이 바람처럼 사나움을 느끼게 한다.

천천히 한 바퀴를 돌아 깔끔한 한복을 차려입은 학당의 훈장선생님과, 러시아에서 왔다는 외국인관광객과 함께,

남아있는 꽃들을 둘러보며 손님대접으로 막걸리를 사시겠다는 훈장님을 사양하며 눈이 오기 전에 꼭 한번 다시오마 하고 약속을 하고 넓은 벽골제 마당을 나선다.

훈장님도 사람들이 모두 떠난 마당이 외로우신가 보다.

왠지 어깨너머 보이는 나머지 너른 마당들이 못내 두고 오기에 더 외로워 보인다.

눈 오기 전에 꼭 오마!

이제 백련의 흔적을 보러 외로울 청운사로 가봐야겠다.

때 이른 초겨울의 나를 찾을 수가 있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