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기 모습

여러분들은 소나기가 달려오는 모습을 보셨습니까?

달려오면서 소리 지르는 것을 들으셨나요?

소나기는 달려오며 소리를 지른답니다.

그것을 눈으로 볼 수 있지요. 달려오는 소나기를...

한여름 시골 너른 벌판에서 갑자기 쏟아지는 소나기는,

저곳으로부터 소리를 지르며 달려와서는 순식간에 옆 동네로 달려갑니다.

그 동안만 우리 동네에는 비가 오는 거죠.

그래서 해가 뜨면서 순식간에 비가 오는 모양을 “호랑이가 장가간다.”고 했었답니다.

이런 모습을 도회지에 사신 분들은 보기가 어려웠을 겁니다.

간혹 신작로에 비가 달려오는 모습이 빗물로 점점이 찍히며 오는 경우도 볼 수 있었겠지만, 너른 들판에서는, 저쪽에서부터 소리를 지르며 뿌옇게 달려오는 소나기의 달음박질을 여름에는 흔히 볼 수 있답니다.

글을 쓰는 작가들의 애로중의 하나는, 내가 쓰고 있는 글의 감정을 어떤 표현으로 나타내어야 글을 읽는 분들과 그 감정을 제대로 나눌 수 있을까하는 어려움입니다.

그래서 그 정서에 맞는 최적의 표현을 하려고 고심하며...

시인들의 글에는 새로운 시어가 생산되기도 하고, 수필가의 글에도 이쁜 말들이 신조어로 만들어 지기도 하는 겁니다.

그 중에는 소위 사투리라고 하는 말들을 사용하여 표준말이 나타낼 수 없는 정적인 분위기를 창조해 내기도 하고, 합성어를 만들어 최대한의 정서를 표현하려고도 하는 겁니다.

그런데 어떤 경우에는 문법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들도 당하고. 어떤 경우에는 그 작자를 폄하하기 위해서 일부러 태클을 걸기도 하죠.

정서의 전달은, 그때 거기에서 함께 그것을 보고 느낀 것만큼 전달이 쉽고 정확한 것은 없습니다.

제가 왜 “소나기가 소리치며 달려온다.”고 말하는가는, 만약 제 글에 이런 표현을 쓰면 그것을 한 번도 보지 못했고 소나기의 활동성을 알지 못하는 독자는,

제가 말하고자하는 표현의 정확한 의미를 알 수가 없을 것입니다.

그러면 제 글의 전달력이 그만큼 감소되는 것이랍니다.

이렇게 감정의 공유는 서로 느낌을 알 수 있는 공유의 영역이 있어야 그 글의 가치나 재미나, 정서들이 전달이 되는 것이랍니다.

저는 어릴 적 시골에서 살아서 시골의 정취가 머리에 꽉 들어차 있답니다.

그래서 감성적이고 정서적인 글이, 서사적인 글보다 더 쓰기가 쉽고, 또 그때가 그립기 때문에 그런 글을 쓰는 것이 좋다는 겁니다.

논리적 사변적인 글처럼 딱딱한 것보다는, 저는 우유 빛처럼 부드러운 우유체의 글들이나 화려체의 글이 강건체나 간결체, 건조체의 그들보다 더 좋답니다.

글의 가치는 독자들이 읽고 서로 감정을 공유할 수 있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그런 정서가 서로에게 깔려있어야 이해가 되며,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작가들이 글쓰기가 어려운 것입니다.

그래서 자기감정의 전달수단으로 신조어를 만들고 합성어를 만들기도 하지만, 어느 경우에는 억지이고 전혀 뜻이 없는 새로운 단어들도 시어라고 돌아다니는 것을 자주 접합니다.

그러나 그러한 억지 표현들은 차라리 아주 순진한 어린표현이 더 좋은 것입니다.

소나기는 소리를 지르며 달려옵니다.

그것을 눈으로 볼 수 있는 겁니다.

앞으로 얼마나 이 것을 이해하는 아이들이 있을 런지가 우려되어 몇 자 적어 보았습니다.

갈수록 우리말은 생명을 잃어가고 가짜 말들만이 신조어라고 나돌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