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추석송편

일어나 컴퓨터 앞에 앉았을 때에는 가느다란 흐느낌 같던 빗소리가, 글을 쓰는 동안 엉엉 소리가 나는 눈물로 변했다.

이제 이 비가 개고 나면 완연한 가을일 것이고, 겨울이 오는 길목이 될 텐데~~

그냥 그때만을 생각하지!

어느 해인가, 엄마는 추석에 송편을 빚자고 하셨다.

갑자기 송편을 빚자는 엄마의 제안에 동생들은 좋아라하지만, 조금 철이든 윗 아이들은 어리둥절하였다.

지금껏 추석뿐만 아니라, 송편을 직접 빚어서 먹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가난한 형편에 명절이라고 명절차례를 격식을 차려서 지내본 적이 없었던지라...

즐거워하는 아래 동생들과는 달리, 윗 아이들은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명절이 되면 이집 저집에서 풍겨 나오는 기름 냄새에 명절이구나 하고 느꼈을 뿐이고,

각종 지짐이나 특히 송편은 간혹 이웃에서라도 나누어주는 것에 맛만 보곤 하였는데?

갑자기 그해 추석에는 송편을 직접 빚자하시니?

쌀이 어디 있지?

큰아이들은 서로 얼굴만 바라보며 의아한 눈 맞춤만 할뿐이었다.

그런데 그날 엄마는 정말 산에 가셔서 솔잎을 따오셔서 깨끗하게 씻어 대나무 채반에 널어 물을 빼고 계셨다.

갈수록 의아하기만 하고, 송편을 빚어 추석을 쇤다는 즐거움보다는 어떤 일이 생길까 오히려 불안한 기대감이 생겼다.

그렇게 솔잎을 정갈하게 말리시더니, 정말 방앗간에 가셔서 쌀을 빻아 오시는 것이 아닌가!

갈수록 엄마가 신기하고 마술사 같아서, 희안해 보이기까지 하셨다.

그해 추석 전 전날 밤에는, 우리 아이들이 모여 달 밝은 마루에 둘러앉아 생전 처음으로 송편만 만들어 보았다.

추석차례에 올릴 다른 것은 없이 그저 송편만!

갈수록 의문인 것은, 송편 한 개에 콩을 한 개씩만 넣으라며 검정콩을 삶아서 내 놓으셨다.

마치 이날의 우리엄마는 동화속의 우렁각시 같았다.

결국은 참지 못해 내가 물었다.

“엄마, 쌀이 어디서 나서 송편 쌀을 빻았어?

그때에야 동생들도 생각이 난 것처럼 엄마를 바라보았다.

엄마는 그저 조용히 웃으셨다.

“그동안 니네들 배고파서 미안하다.”

“너희들이 추석만 되면 송편,송편하고 노래를 부르기에...”

“송편 만드는 법도 알려줄 겸하여, 올 추석에는 송편을 꼭 빚어보려고 좀두리 쌀을 조금씩 모아 두었단다.”

“그래서 니들 밥이 적어서 배고팠었지?”

난 어마의 말에 울었고, 아무것도 모르는 동생들도 함께 소리 내어 울 수밖에 없었다.

“왜 울어?”

“이렇게 달 밝은 밤에 마루에서 둘러서 송편 만드니 재미있잖아?”

“이제 니들이 더 커서 시집 장가가면, 니 애들하고 둘러앉아서 오늘 배운 송편 만드는 법을 가르치며 재미있게 살면 되는거야.”

“자, 그리고 송편은 이쁘게 만들어야 이쁜 딸을 낳는다더라! 그래서 엄마는 이렇게 이쁘게 만드니, 우리 딸들이 전부 미인들 이잖어?”

“그러니 이쁘게 만들어봐, 엄마 만드는 것보고!”

“자기 송편이 이쁘다고 자신 있는 사람은, 콩 두개를 넣어도 좋고.. 자기 것이라고 표시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서 만들어봐!”

우리는 예쁜 송편을 만드느라 울새도 없어졌다.

우리 엄마 대단하셨다.

추석 송편을 보면 그래서 엄마생각이 더 난다.

하지만 요즘은 다들 모양이 똑같다. 한집에서만 샀나보다?

참고로 결과는 내 것이 가장 못 생겼다.

그래서 이쁜 딸 낳기 어려울 것 같아서 장가를 안 간 거다! 못간 것은 아니고~~~

이건 순전히 엄마책임인 것이다. ㅎㅎㅎ

나도 어쩔 수 없이, 몇 개 사서라도 승화원에 다녀와야겠다.

예쁘게 손으로 빚은 송편은 동생들이 가져 올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