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들

길1.

우리는 늘 길을 간다.

그 길이 한번가면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길 일수도 있고, 매일 반복되는 길이기도 하고, 어쩌다 처음 가보는 길이기도 하다.

그 길은 탄탄대로인 포장길이거나, 아니면 울퉁불퉁한 자갈길이거나, 숲속으로 난 오솔길이거나, 먼지 푸석거리는 흙길일 수도 있다.

길만큼 인간에게 친근한 것은 없다.

매일 다니는 길은, 우리가 눈을 감고도 걸어갈 수 있는 익숙한 길이다.

그렇게 매일 친근하게 대하는 길이지만, 우리는 아무 생각도 없이 그저 걷기만 한다.

그러나 우리 속에는 이미 그 길은 들어와 있는 것이다.

그 길도 우리를 알고 있다.

내가 걸으며 무슨 생각을 하는지, 누구를 미워했는지, 누구를 그리워했는지....

그래서 안 가본 길은 낯이 설기 마련이어서, 길을 잘 못 들면 “낯선 길이네!”하는 것이다.

낯이 설다고 할 정도로 낯이 익은 길이 매일 다니는 길들이다.

아니 매일 걸어가는 길이 아니고, 어쩌다 한번 간 길일지라도 머리에 와서 박혀있는 기억의 길도 있을 수도 있다.

아침에 출근하며 또는 등하교길, 산책하며 걷거나 차로 다니는 길목에서, 우리는 낯선 사람들을 만나고

매일 다니는 길에서는 낯익은 사람들을 만들게 되고 또 그래서 만나게 된다.

대부분 같은 길을 매일 함께 가다가 만나는 사람은, 나와 같은 목적들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등굣길에 만나서 같은 방향으로 가는 사람들은 십중팔구는 학교에 목적을 두고 가는 사람들일 것이다.

학생이거나 선생이거나...

숲속 작은 오솔길을 항상 일정한 시간에 걷고 있는 사람들은 운동을 하거나, 어디가 아파서 회복중이거나, 아니면 나처럼 할 일없는 사람이거나 또는 글을 쓰려고 하나 꼭지가 잡히지 않아서 길섶 풀한테 묻거나 새에게 묻기 위해서 돌아다니는 사람들 일 것이다.

그러면 그냥 돌아다니는 사람이 뜨거운 포장길을 뒷짐 지고 돌아다니지는 않을 것이고, 세상 사람들 보기 싫어서 오솔길을 돌아다니는 실업자와 글쟁이는 결국은 같은 길을 함께 걸어가는 길동무인 것이다.

그래서 어떤 이는 할 일없는 놈이 글을 쓴다고 한다.ㅎㅎㅎ

그러나?

함께 오솔길을 걸어가는 실직자와 글쟁이는 ....

길2.

떠난다는 것은 슬픈 일이고 기쁜 일이고 허망한 일이고 희망의 일이다.

떠나는 길

머무른 길

돌아가는 길

오솔길

잘 포장된 아스팔트길

고속도로의길

영원으로의 길

길 3.

나는 오늘 그 길을 다녀왔다.

늘 차를 타고 드라이브를 하며, 수없는 알 수 없는 말들을 나누다가...

그 꼭대기에 있는 작은 오두막 카페에 들러 차를 마셨다.

그러면서 이야기를 한다.

아무런 의미도 없는, 그런 이야기 아닌 말들을..

그래도 재미있고 즐거웠다.

그 때는 몰랐던 다른 길이었다는 것을 이제는 알았다.

다른 길을 마음속으로 걷고 있었다는 것을!

차를 마시고 나오면, 울타리에 기대어 물을 구경하고 댐을 바라보며 공허한 눈으로 말들을 했다.

오늘은 그 길을 비를 맞으며 달렸다. 친구와 함께...

그러나 내 마음속에는 그 사람이 있고 함께 달리는 길이었다.

친구가 나를, 그 사람을 대신하여 이야기하는 길이었다.

길4.

나와 그는 길이 달랐다.

난 그저 하늘의 구름이 이뻣고, 부는 바람이 간지러웠고, 노란 햇볕은 희망이었다.

글을 쓰고, 시를 쓰며 그 속에 나를 넣으려 노력하고, 그 길을 함께 가려하는 길이었다.

하지만 그는 그 길이 너무 힘겹고 덥고 무거운 길이었다.

왜 함께 가야하는 길인지도 모르고, 함께 걷는 것이 멀기만 하고 길기만 하다.

그래서 걷는 그 길은 한 방향의 길이지만, 그 속에는 수많은 골목이 있었다.

쭉 뻗은 철로의 소실점이 보이다가, 걸어가면 그 끝은 벌어져 있다.

그 길은 끝없이 이어지는 갈라진 길이었다.

멀리서 보면 한길 같아도, 갈수록 길은 벌어져 철로를 녹일 뜨거움만 피어있는 더운 길이었다.

길 5.

그 길 위에서 비 오는 그 길 위에서 바라본 굽이진 그 길은 그 끝이 보이지를 않았다.

그 길을 마음에서 지워가고 있었다.

함께 가는 길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