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추

계절의 흐름은 자연의 순리건만

인간의 마음으로 역리를 하려하니

우리는 자연만 못해 그 뜻마저 모른다.

염천 절 한더위에 정신이 혼미하여

자는 듯 깨인 듯 한 아침을 맞았는데

어느새 가을 문턱에 아침잠이 예쁘다.

이제는 찬바람이 잠 못 들게 하련만은

그래도 이 순간은 더위를 벗었으니

그때는 이 시절마저 잊지 못해 할 건가?

입추라 가을바람 아직도 그리운데

우리의 옷 끝조차 만지지 않았는데

그래도 바람이라며 가벼운 게 사람이.

인간사 조석지면 한치 앞 모르는데

입마저 가벼워서 계절을 앞서가니

가벼이 바뀌는 것이 인심인가 싶어라.

어제는 충신인 듯 견마가 다된 듯이

엎드려 기어가며 땅만을 보더니만

변할 사 그 심사마저 오늘보고 기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