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정

“빨리 나와 봐!”

닭장에 병아리 모이를 주러 들어간 누나가 소리를 질렀다.

우리 집에는 며칠 전부터, 세 마리의 어미닭이 순차적으로 병아리를 깠다.

2,3일 간격으로 제일 먼저 녀석은 8마리, 나머지 두 마리는 7마리씩의 병아리를 깠다.

닭의 근친교배를 막기 위해서, 몇 개의 종란들을 다른 양계농가와 교환하여 품기고 기다리다 정확하게 20일이 되어서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다행히 장마철을 피할 수 있어서, 어미가 병아리를 기르기는 수월하리라고 생각을 했지만 ..

그래도 혹시나 하여, 철망으로 만든 각기 다른 병아리 놀림 장에 나누어 두었다.

예전에는 병아리를 쥐에게 많이 빼앗겼다.

특히 어린 병아리는 잘 간수를 한다고 하며, 엄마가 데리고 있는데도 쥐가 잡아가기가 일쑤였다.

갓 태어난 병아리는 특유의 냄새가 나기 때문에 쥐가 특별히 더 노리는 것이다.

그래도 병아리의 성장속도는 빨라, 태어나서 한 이틀만 지나 털이 마르기만 하면 걸어 다니고, 3,4일이면 어미가 물어 내주는 병아리용 사료도 먹기 시작한다.

이쯤이면 쥐가 침입하지 못하도록 특별히 조심을 하지만, 아무리 어미가 사나워져서 잘 간수한다고 하여도 밤에 침입하는 쥐에게 자주 새끼를 빼앗기기도 한다.

그래서 병아리가 태어나면 쥐와의 전쟁이 시작된다.

닭장에 널려있는 것이 싸래기, 청치등 먹을 것들이라, 닭하고 쥐하고 참새하고 함께 동거를 하며 웬만하면 사람도 무서워하지를 않는다.

마치 애들에게 먹을 것을 대주는 격이 되어 버린다.

요즘은 참새가 닭집 안에서 새끼들을 낳았는지 못 보던 어린 참새들도 그득하다.

그런데 이놈의 쥐란 녀석은 평소에는 닭들과 함께 잘 지내다가도, 어린 병아리가 태어나면 낮에는 어미닭들 때문에 못 잡아가고 밤에는 닭이 밤눈이 어둡다는 것을 아는지, 잘 간수하지 않으면 엄마 품에 들어가 있는데도 다리가 한쪽이라도 나오면 끄집어서 물고 간다.

특히 장마철에 습도가 높아져서, 체온이 높은 어미닭이나 새끼들이 견디기가 어려운 때가 되면 더욱 기승을 부린다.

이때가 쥐도 새끼를 기르는 시기라, 새끼들의 단백질 공급원으로 평소에 잘 지내던 닭의 새끼를 물어가는 것이다.

자기 새끼를 기르기 위해서 남의 새끼를 ....

나는 이럴 때 마다 참, 난감하기도 하고 눈물겹기도 한 모정을 보게 된다.

서로 아주 친하게 사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한집에서 함께 한솥밥을 먹던 닭과 쥐가 각자 후손을 번식시키기 위해서 다른 새끼를 물어가야 하니~~

그래서 나는 멸치를 쥐의 새끼 기르는 단백질 보충용으로 뿌려 둔다.

물론 적당한 정도의 치사량의 쥐약을 묻혀서~~

그런데 용케 그것은 먹지도 않는다.

그러니 닭들이 병아리를 까는 이때부터는 쥐들과의 전쟁이 되는 것이다.

그래도 올해는 장마를 비켜, 일찍 병아리를 볼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빨리, 카메라 가지고 나와!” 누나가 또 독촉이다.

나는 방에서 한번 나가려면 아무리 빨라도 3분은 걸리는 줄 다 알면서도 성화이다.

더구나 카메라까지~~

“왜?”

“ 글쎄, 빨리 나오라니깐!”

“지금 난리가 났어!”

“왜 그러냐니깐?”

“응, 닭하고 쥐하고 싸우고 있어.”

“응?”

그렇다면 이건 분명히 사진감이 맞다!

생각하고 최대한 빠른 걸음으로 닭장에 들어갔더니, 상황은 거의 종료 직전이고 쥐가 완전히 글로기 상태였다.

누나가 그 동안의 장면을 녹화중계를 해준다.

닭장에 병아리 사료를 주러 들어왔더니, 어미닭이 이리저리 쫓고, 뭘 물고, 찍고.. 난리가 났더란다.

병아리들은 혼비백산하여 한쪽 구석에 몰려있고....

그래서 누나는 “이놈의 닭이 미쳤나!” 했단다.

혹시나 하고 들여다보았더니 물고 흔드는 것이 쥐더란다.

아직 완전히 숨은 떨어지지 않아, 도망가려고 하면 어미닭이 좇아가서 물고 흔들어 대서 쥐가 완전히 초죽음 상태였다.

보았더니! 어미 쥐는 아니고 이제 겨우 새끼티를 벗어난 정도의 쥐였는데, 어쩌다 낮에 병아리 장에 들어왔다가 어미한테 발각이 난 것이다.

완전히 죽기 살기로 해대는 어미 닭한테, 철망 닭장에 갇혔으니 도망도 못하고 일방적인 폭행을 당하는 것이다.

애초에 싸움 상대도 안 되고 일방적 폭행이었다.

이건 주거침입에, 어미닭의 입장에서는 자기 새끼를 보호하기위한 자구행위이기 때문에 형법상 위법성 조각사유에 해당하지만, 과잉방어가 아닌가 생각도 들어서 내가 건져내려고 했더니 나한테도 목에 깃털을 세우고 달려드는데~~어쩔 수 없었다.

그리고 쥐는 완전히 아웃이었다.

그래서 나는 의인이 될 기회도 놓쳤고~~~

쥐를 건져서 버리고 나서, 누나 왈

“쥐 어미가 오늘 밤에 복수하러오면 어쩌지? 병아리 장 문단속 철저히 해둬!”한다.

오늘도 또 엄마의 모정에 대하여 생각해본다.

닭 어미는 새끼를 지켰지만, 쥐 어미는 새끼를 잃었으니...

참, 모정이란 이리도 힘이 드는 것이구나! 하고~~~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