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독

무엇인가를 자꾸 써야만 한다.

이것은 중독이다.

한밤에도 일어나 머리를 열어두고, 눈은 몽롱하게 젖어서 나를 적어가야 마음이 놓인다.

마치 며칠 남지 않은 여명을 아끼기라도 할 각오로...

나를 남겨두고 가야만 이 시간이 아쉽지 않을 기세로...

애써 쓴다는 것이,

얼마나 할 일없고, 무모한, 무정한 일인지도 알면서

몇 자 속에 뭘 말하고 뭘 뜻하겠다고~~

그 속에 저를 알리지도 못하고 저를 적을 수도 없으면서..

참 멍청하고 미련한 짓인 줄 알면서도.

무엇이 할 말이 많아 남기고가면 무엇이 아쉬운 인생이라고 쓰지 않고는 참아내지를 못하나?

글쟁이의 비애이다.

더럽고 서글픈 비애이다.

세상에서 제일 미련한 곰탱이가 글쟁이인가보다 하면서도~~~

나는 바람이고 싶었다.

어느 날,

깊은 산사의 저녁공양 짓는 연기 속에서 나를 보고는

나는 그 속에 있는 나를 잊은 적이 한 번도 없다.

시원한 가을 어느 저녁,

산사 모퉁이에 앉아서 나는 오랫동안 그 속에서 떠돌며 떠나지 못하는 나를 찾고 있었고,

화장터 굴뚝에서 나는 검은 연기 속에서 훌훌 날아 날개 저으며 떠나는 그 영혼에서 나를 보았었다.

아! 그래 저것이 나의 시작이고 끝이었구나!

나는 연기 속에서 그 연기를 밀어가는 바람 속에서 나를 보았었다.

연기가

실체였을까 바람이 실체였을까?

난 바람이고 싶었다.

탄생과 소멸을 좋은 곳으로 그가 가고 싶은 곳으로 데려다 줄 수 있는 그 바람이기를 바라며 살고 있었다.

밥과 타버린 영혼 그것은 시작과 끝이 아닌가?

다 태워버린 밥은 검은 연기로 화장터 굴뚝에서 나오는 것이 아닌가?

우리가 사는 동안에서는

산사의 저녁 짓는 연기는 너무 부드러웠고,

화장터굴뚝의 연기 속은 무거움을 다 털어버린 검은 가벼움 이었다.

난 바람이기를 바랐다

아무 욕심 없이, 부질없이 그저 부는 바람이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