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까치

우리 집 마당의 오래된 느티나무엔, 까치가 지어 놓은 집이 있다.

몇 년 전 어느 날,

이 나뭇가지 숲 사이에 집 자리를 고르던 까치가, 마음에 드는 집터를 찾았는지 작은 나뭇가지를 물어 나르더니 멋 드러진 집을 지어 놓았다.

그리고 얼마 있더니, 그 속에서 먹이를 조르는 아이들의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열심히 먹이를 물어 나르는 엄마 아빠 까치는, 다른 까치나 산비둘기들이 가까이 오는 것조차도 허락하지 않고 둥지와 새끼들을 지키며 번갈아 보살폈다.

나는 그때 까치가 얼마나 사나운지 알았다.

물론 모든 동물들이 새끼를 양육하고 있을 때에는 경계심이 강해지고 모성애가 극단적으로 드러난다.

우리 집 닭들도 알을 품을 때에는, 내가 둥지에 손을 넣어 알을 꺼내려하면 평소에는 그러지 않던 녀석들이지만 내손을 여지없이 찍어버릴 뿐만 아니라 아주 모성애가 더 지극한 녀석은 내 손등을 찍어 비틀기도 한다.

직접보지 못한 사람들은 상상도 할 수 없는 모양으로....

까치야 내가 알을 꺼내보지는 않았지만, 다른 새들에게 하는 행동을 보면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지들이 골라놓은 가지에 집을 짓기 시작하면, 그 근처에는 다른 새들이 얼씬도 못하게 한다. 간혹 어느 곳에는 한 나무에 두 개의 까치집이 있는 것을 보았는데, 과연 어떻게 한 나무에 두 집을 지을 수 있었는지.. 우리 집 까치의 행동들을 보면 신기하기도 하다.

집짓는 동안은 물론이고, 포란을 한다든지 육추를 하는 동안에는 그 커다란 느티나무에는 다른 새들은 절대로 접근할 수 없도록 철저히 경계하는 것이다.

새끼를 기르는 동안에도 한 마리가 벌레를 잡으러 나가면 다른 녀석은 집이 좁아 새끼들과 함께 있지 못할 경우에라도 새끼들과 둥지가 보이는 근처에서 망을 본다.

느티나무 가까운 전깃줄에 앉아서 다른 새들이라도 접근하면 여지없이 달려들어 쫓아버린다. 까치는 엄청나게 사나웠다.

그런데 어느 날 아침, 앞 정원에서 어린까치의 소리를 들었다.

나무에서 떨어진 것 이었다.

조심해서 주워서 나뭇가지에 올려놓고 저녁에 보았더니..

어디로 갔는지, 아니면 어미들이 데려갔는지 보이지를 않았다.

그리고 나서는 해마다 그 어미가, 그 새끼가 그리고 그 새끼의 새끼가 해를 계속해서 가정을 꾸리며 새끼들을 길러냈다.

그런데 어제는 저녁에 바람이 불었다.

그리고 오늘 아침엔 빈 까치집이 부서져서 정원나무 아래에 걸려 있었다.

깜짝 놀랐다.

새끼들을 다 기르고 이소를 시켜서 지금은 빈 둥지 이지만, 가끔 둘러보고 가기도 했는데...

오래된 집이지만 해마다 조금씩 새 나뭇가지를 물고와 보수하여 살더니.... 웬 일이지?

그런데 허물어진 집 옆에 언제 날아왔는지 까치가 앉아 있었다.

하지만 그 울음소리는 예삿날의 기쁜 울음소리와는 달리 힘이 없이 우는 소리였다.

분명히 이 것은 자기들이 의지로 집을 철거한 것은 아니고, 이 정도의 바람에 허물어 질 정도로 약하지 않았는데.. 왜 그랬을까?

다시 집을 지으려면 내년 봄에나 지어야 할 건데...

얘들이 다시 날아와 둥지를 틀까?

밖에 나간 식구들도 다들 집을 찾아오는 추석인데, 얘들은 갑자기 둥지가 허물어져 어느 고향을 찾아갈까?

예전에 용담댐 구경을 갔을 때, 그 이쁜 마을들이 댐을 만든다고 수몰이 되어 넓은 저수지 한가운데 외로운 섬처럼 조그맣게 보이던 산이....

우리 집 까치집과 오버랩이 되어서 떠오른다.

이분들도 오늘은 고향에 누워계신 조상들을 찾아 성묘를 할 텐데...

전에 언 듯 뉴스를 보니, 배를 빌어 단체로 그 산에 가서 성묘를 하고 온다더니~~

우리까치는...

집마저 부서졌으니 올 추석은 어디 가서 쇨려나?

느티나무 잘 키워 둘 테니까 내년 봄에 다시 새집을 짓자.

그리고 예쁜 아이들을 많이 낳아 기르자.~~

추석 명절에 집을 잃은 까치는 서러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