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편력 1.

오늘은 어느 페이스 북 친구와 약속을 하였던 강아지 에피소드를 써 볼까 합니다.

저는 짐승들을 아주 좋아합니다.

심지어 시궁창에 사는 땅강아지조차도.

어쩌면 땅강아지가 어떻게 생겼는지 조차도 모르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ㅎㅎㅎ

저는 서, 너살 때 대전 대흥동에 살았었습니다.

제가 살던 옆집은 추어탕 집이었습니다.

저는 할 일이 없으면 늘 그 집 수조 앞에서 미꾸라지 구경하는 일이 일의 전부였습니다.

그러니 내게는 할 일이 있을 턱이 없으니, 매일 눈만 뜨면 그 집 미꾸라지 구경하는 것이 하는 일이었다는 것이죠.

밤에도 그 집 수조 앞에서, 고물고물하며 서로 비비며 사이좋게 노는 미꾸라지를 두고 집에 들어가기 싫어서, 가게 앞 가로등 불빛으로 미꾸라지 구경하는 일이 그렇게도 재미있었습니다.

집에 들어가자고 해도 그 재미에 푹 빠져 집에 들어갈 생각은 안하고 마냥 구경만하니, 외할머니가 그 가게 주인한테 미꾸라지 몇 마리를 얻어주셔서 집에서 길렀습니다.

그런데 추어탕 집에서 수조에 넣는 물과 우리 집에서 사용하는 물이 달랐는지, 어느 날 하루 밤 사이에 미꾸라지는 누런 배를 하늘로 뒤집고 전부 죽었습니다.

울며불며 야단을 피우니 할머니는 추어탕 집에 다시 얻으러 가시기가 미안하셨는지, 앞 시궁창에서 나와 놀던 땅강아지를 잡아다 주셨습니다.

처음 보는 이상한 것을 땅강아지라 하니, 강아지도 아닌데 이름이 강아지라 신기하기도 하고 할머니는 나더러 “우리 똥강아지~~” 라고 부르시니, 저하고 친구인줄 알고 사이좋게 놀았습니다.

병속에 흙을 담아서 그 속에 땅강아지를 넣어두면, 이상하게 넓적하게 생긴 한 쌍의 주걱같이 생긴 부리로 양쪽으로 흙을 헤치며 흙속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참, 신기하고 재미있었습니다. 그러다가 나무 꼬챙이로 땅강아지를 꺼내어 이상한 주걱모양의 부리를 양손으로 눌러봅니다.

그러면 땅강아지는 입을 벌리며 양옆으로 부리를 벌리려 힘을 쓰지요.

그런데 그 힘이 아이에게는 제법입니다.

그래서 그 재미로 땅강아지를 가지고 노느라고 미꾸라지 생각을 잊어버렸습니다.

인생에 최초로 망각이라는 것을 배우며 이별이라는 것을 알게 된 셈이죠. ㅎㅎ

그러다 원동으로 이사를 오면서, 도랑이 없어 땅강아지도 못 잡고 추어탕 집에서 미꾸라지도 얻지 못하며 무료한 나날을 엄마 따라 중계 천(제가 어렸을 때는 그렇게 듣겼습니다.) 다리 밑으로 빨래하러 다녔습니다.

그 당시에는 중계 천 다리 밑의 시냇물이 얼마나 맑은지 낮은 물속이 환히 보여, 여름이면 물속에 철퍼덕 않아서 다슬기를 줍고 차돌을 주우면서 날들을 보냈죠.

그러다 6살 무렵 용근이 성을 만나게 해준 팔봉 이모할머니 집으로 오게 되었답니다.

이렇게 저는 어려서부터 노는 것이 얄궂었는데도 엄마는 그냥 놔두셨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몸도 그러니 도망도 못 갈 거고 “그냥 방목해도 되겠구나!” 생각 하셨는가 봅니다. ㅎㅎ

어렸을 때부터 고삐가 묶이지 않은 야생의 방목 똥강아지였죠.

그래서 저는 야생의 것들, 길들여지지 않은 것들, 누가 건들지 않고 지 맘대로 크는 것들을 좋아하면서 그것들이 나의 친구들 인줄 알았었나 봅니다.

하지만 이제는 그 애들과 그만 놀고, 사람이 되라고 학교에 보내니 할 수 없이 내 친구들하고는 이별이었지요.

안방에 자연을 들여놓고 함께 공부 할 수는 없었으니까요.

그 대신 엄마는 항상 우리 마당에 우리 꽃들을 심으셨습니다.

백일홍, 분꽃, 맨드라미, 함박꽃, 수선화, 채송화, 봉숭화, 깨꽃, 원추리...

그런 것들을 보며 자랐습니다.

바로 저의 감수성은 이런 미꾸라지, 땅강아지, 다슬기, 엄마가 이모할머니 댁에서 가져다주신 진돗개 누렁이... 얘들 제 친구들과 엄마의 꽃들 덕택일 것 입니다.

페북 친구 선생님과 약속한 강아지 이야기가 이렇게 길어졌네요. ㅎㅎ

제가 강아지를 접했던 최초가 팔봉 이모할머니 댁이었습니다.

그전에 대전에 살 때에는, 아버지의 사업실패로 남의 집을 얻어서 전전하느라 강아지는 기를 엄두도 내지를 못했을 겁니다.

아하~~그러고 보니 내 친구가 또 있었습니다.

바로 가난 이었습니다.

아마 내가 부자였으면 편한 집에서 편하게 살았지, 이런 시장 추어탕 집 옆집에서 살지도 않았을 것이고, 시궁창에서 땅강아지를 잡아서 놀지도 않았을 것이고, 부모들과 생이별을 하며 팔봉에 가지도 않았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지금의 작가와 시인인 저를 만들어준 것도, 가난이 최대의 행운이었는지도 모릅니다.

팔봉 이모할머니 집은 마당도 아주 넓고, 뒤 안에는 멋진 장독대와 반들거리는 항아리들도 있었고, 아주 큰 왕대들이 가득한 대밭이 있었습니다.

툇마루도 있고 그 앞에는 청포도 나무가 있고, 잿간도 있고 그 옆에는 닭장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나중에는 나의 큰 어항이 되어버린 나의 샘도 있었고, 그 옆에는 멋진 절구통과 돌확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잘 때에는 대 바람 소리를 자장가삼아 잠을 자고, 아침에는 장닭의 청아한 목소리를 들으며 깨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