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월

난 시월인 줄 몰랐다.

그런데 몸이 먼저 아나?

아침에 덥고 있는 얇은 차렵이불이 왠지 가볍게 느껴졌다.

좀 두꺼운 무게로 폭 눌렸으면 하는 생각이 났다.

다른 때보다도 일어난 시간도 훨씬 늦었는데도 일어나기가 싫다.

이미 창밖도 환한데!

누워서 습관처럼 스마트 폰을 켰다.

친구들께 댓글 아침인사를 드리려고.

아, 시월이었다.

그랬구나! 시월이라서 그랬구나!

갑자기 더 이불속이 그리워진다.

이제 계절은 점점 더 깊어만 가는데!

일어날 시간은 자꾸 늦추고자 싶을 텐데!

습관은 기르기 나름인데 !

할 일은 많다. 이제 학교공부도 해야지, 글도 써야하지...

밖에 애들도 챙겨야하지?

그런데 맥이 풀려버리고 아무것도 하기가 싫어진다.

이러면 안 되는데...

벌써 이러면 안 되는데 왜 그러지?

친구들이 와서 모처럼 나들이했고, 대추 딴다고 밑에서 쪼그리고 줍고, 그래서 몸이 노곤해서였나 싶기도 하다.

단지 시월이 되어서 그런 것은 아닐 테지?

늘 이맘때면 오는 시월인데, 올 시월은 무엇이 다르다고!

그런데 더 을씨년스럽고 추위를 벌써 탄다.

벌써? 긴 겨울은 어떻게 하려고?

그러면서도 책상 앞에 앉는다.

습관이다.

이제 가을도..

긴 겨울도 홀로 습관을 들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