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의 가치

“가치“하면, 되묻는 질문은

“명품이야?”, “얼마짜리인데?”....

그런데 그 대상이 인간임에랴.

하기야 사람도

어디학교 출신인데?

어느 직장에 다니며, 직책이 무엇인데?

월급은 얼마나 받아?

어디 몇 평짜리 무슨 아파트에 살아?

무슨 차를 타? 재산은 얼마나 되는데?

사람의 인격이나 됨됨이보다, 이러한 조건들이 가치 척도가 된 것은 오래 전의 이야기이지만....

하지만 인간이 과연 이러한 기준으로 가치가 재단되어져도 되는가?

요즈음 신문, 방송 등의 메스컴을 채우고 있는 사회적 부조리 내지 많은 병폐들은, 이러한 왜곡된 가치기준에 의하여 양산된 인간들에 의하여 만들어지고 있으며,

이러한 현상들의 원인 중의 하나가 교육의 방법 문제일 것이다.

사회교육, 학교교육, 가정교육.... 어느 것 하나 경중과 주종을 따질 수 없는 중요한 요소임에 틀림없겠지만,

특히 우리 어른의 입장에서. 우리의 책임으로 통감하여야 할 것은 가정교육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가정교육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면, 마치 유교 봉건시대의 수구적인 사고라고 폄훼 할 른지 모르지만...

인간이 태어나서 최초로 맞이하는 공동생활체가 가정임에.

가정은 남을 배려하고, 건전한 사고로 이타심을 기르며, 자기의 이기심을 억제할 능력을 배양하는 기초집단인 것은 누구나 부정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한 가정 속에서, 우리는 개인의 올바른 위치와 역할을 배우게 될 것이고, 우리는 그것을 흔히 “예의, 도덕, 범절”이라 칭하는 것이 아닌가.

이곳 노인복지관은, 어르신들이 주인인 사회이다.

사회에서 “어르신”이라고 일컬어지는 계층만이 이곳의 구성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우리 어른들도 “어르신”으로의 가치에 합당한 행위와 그에 대한 책임감을 가지고 있는지 스스로를 돌아보고 반성해야할 여지는 없는지 자문해보아야 할 것이다.

우리는 흔히 사회에 “어른”이 없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여기에서 칭하는 “어른”이란 생리적인 자연연령만을 지칭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모두 알고 있다.

어린 자식이, 부모가 게임하는데 또는 술 마시는데 칭얼거리며 방해된다고, 이불을 덮어 질식케 하고..

대소변을 제대로 가리지 못한다고, 한겨울에 차가운 물을 끼얹어 동사케 하고...

경제적 곤궁함에 어린 자식들까지 동반하여 세상을 버리게 만들고....

장애를 가지고 있는 아이라고 해서 마치 한 마리의 짐승처럼 박스에 넣어서 쓰레기통 속에 버리고....

늙은 아버지가 용돈을 주지 않는다고 아버지를 살해하고,

선생님이 혼낸다고 선생님을 청소걸레로 때리고....

세상이 이렇게 된 것이 과연 우리 어른들에게는, 정녕 아무런 책임은 없을까를 생각해 본다.

가정에서부터 우리 아이들을 어떻게 키워왔는지?

그러한 내림이 지금은 아닌지 생각해 본다.

옳고, 그름의 가치 판단 기준이, 아무리 개인적인 사고라 하더라도,

인간 보편적 가치라는 것은 개인적 사고로만 치부해 버릴 수는 없을 것이다.

우리가 소위 어른으로서, 과연 그에 상응할 만한 행동을 하여왔는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모든 면에서 추악한 욕심만을 부리며, 핑계와 노욕만으로 지금도 살고 있지나 않은지 생각해 본다.

고령화시대에 늘어가고 있는 노령인구는 사회적, 국가적.. 모든 분야에서 여러 문제점들을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러한 여러 문제점들을 그 동안 살아온 인생의 경험과 축적된 지혜로 사회에 환원시켜 더 나은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진짜 “어르신”들이 된다면, 세대갈등도 한결 좋은 방향으로 개선이 되리라고 생각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어르신으로서의 가치 확립과 “노블리제 오블리쥬‘의 정신으로 사회에 대한 책임감도 가져야 할 것이다.

어르신들만이 모여있는 노인복지관에는 장애인 주차장이 있다.

장애인 주차장은 어떤 사람들이 이용하며, 왜 그 사람들을 공동사회에서 배려하는지 모르는 “어르신”들은 없을 것이다.

사회복지를 내세우며 어른으로의 대접을 요구하고 있는 “어르신”들이, 버젓이 장애인 주차장에 비장애인의 비싸고, 크고, 멋진 고급승용차들을 주차하고 있는 행위는 뭐라 말 할 수 있겠는가?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하고, 장애인 주차장은 비어있다고 하더라도...

그 곳을 비워 놓을 수 있는 공공 양식은 가질 수 없는가?

그런데 하물며 주차공간이 많이 있는데도 출입구에서 조금 가깝다는 이유로, 그러한 배려공간을 점하면 그리도 마음이 편할까?

사회적으로 약속되어진 사회약자들을 위한 쉬운 배려도, 이렇게 공공연히 버리는 사람들이 과연 작금의 사회 전체의 부조리와 오염에 전혀 책임이 없는 “어르신” 으로 대접을 받을 수 있을 것이며, 어른을 때리고, 선생님을 능멸하는 사람들에게 뭐라 할 말이 있을 것인가?

과연 장애인 주차장에 버젓이 주차하고 있는 ‘어르신“들의 가치를 이들에게 어떻게 이해시켜야 할까?

멋진 차에 걸 맞는, 멋진 인격의 어른을 상상하고 있는 아이들에게 무엇을 보여 줄까?

책임감도 없고, 공동생활의 질서도 지킬 줄도 모르는 과시와 이기에 노욕만을 부리는 한갓 늙은이들로만 비추어지지 않으리라고 장담할 수 있을까?

솔선수범과 귀감이라는 말을 하기위해서는, 잘못된 행위에는 얼굴을 붉힐 줄이라도 아는 염치라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

어떤 노랫말처럼....

나이가 먹는다는 것은,

늙어가는 것이 아닌, 익어가는 것이 되면 얼마나 좋을까?

누워서 침 뱉기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