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소식지를 읽고계실 분들한테 어머니 소개를 부탁드려도 될까요?

◆ 네. 저는 정안순이라고 합니다.

◇ 미국에서 오래 생활하셨다고 들었어요.

◆ 네. 저는 군산에서 태어나서 군산여자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미국으로 갔어요. 미국에서 결혼하고 38년 동안 지내다가 2011년에 휴가차 동생네 집에 한 2개월정도 머물렀죠. 잠시 있을 생각이었는데 더 오래 있고 싶어져서 6개월동안 휴가를 보내게 됐어요.

사실 한국으로 들어오려는 생각은 없었는데 휴가를 보내고 미국으로 돌아가서 딸이 사는 동네로 이사를 준비하던 중에 ‘한국으로 가볼까?’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생각지도 않고 있었는데 집이 빨리 팔리고 남편도 흔쾌히 동의 해줘서 2012년에 한국으로 갑자기 오게 됐어요.

◇ 금강노인복지관과는 어떻게 인연이 되신거에요?

◆ 저희 부부가 수영장을 다니고 있었는데 알게된 지인한테 남편이 당구를 좀 치고 싶은데 당구장 어디를 가면 좋을지 물어봤더니 데리고 간 곳이 복지관이었어요. 남편이 본인은 당구를 칠테니까 저보고 구경좀 해보라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발견한 곳이 서화하는 서실이었어요.

제가 미국에서 살면서 가장 하고싶었던 것이 서예, 서화였거든요. 그래서 만 60세 딱 됐을 때 복지관에 다니기 시작했어요. 그때는 금강이 생기기 전이라 다른 복지관에서 배우다가 2015년에 박일 선생님이 금강으로 출강한다고 하셔서 저도 같이 금강으로 다니게 되었어요. 그렇게 인연이 된게 벌써 7년이 넘었네요. 복지관에 와서 여러 가지 많이 배우고 좋은 사람들도 만나고, 좋은 선생님들하고 이렇게 지내는 게 너무 행복하고 좋습니다.

◇ 그럼 복지관에서 어떤 활동들을 하고 계신지 여쭤봐도 될까요?

◆ 저는 서예, 그림그리기, 커피프렌즈 봉사단을 하고 있어요. 제가 주로 정적인 활동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동적인 프로그램도 신청해서 다녀봤는데 한달 안에 그만두게 되더라구요. 그래서 결과적으로는 서예, 서화 글쓰기 이렇게 세가지를 중점적으로 해오고 있습니다.

◇ 제가 안순어머니 인터뷰를 한다고 하니까 다른분이 물어봐달라고 부탁하신 내용도 있었는데요. 작년에 ‘지역문화 플랫폼’ 이라고 구불길을 주제로 한 프로그램도 참여하셨더라구요.

◆ 네. 코로나19 이후로 평생학습이나 여러 가지 취미 활동들이 많이 중단 됐잖아요? 21년에도 아직 거리두기랑 해제되지 않았을 때였는데 우리 복지관에서 군산에 있는 구불길을 주제로 프로젝트를 한다고 하더라구요. 저도 거기에 신청하게 됐는데 몇 개월 참여하는 그 동안 같이 참여했던 팀원들이 다들 너무 좋아했던 기억이 있어요.

군산 시내 구불길을 다 다니면서 구불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우리가 직접 그림도 그리고 느낀점을 간단하게 글도 쓰고 그게 작품으로 만들어졌을 때 참 행복했어요. 12명이 같이 했었는데 서로 화합도 잘 되고 성과도 내서 좋았던 것 같아요.

◇ 저도 작품을 보게 됐는데 그림과 글이 조화롭게 잘 어울리더라구요

◆ 누가 글을 잘 쓰고, 그림을 잘 그리고를 떠나서 그냥 순수한 마음으로 몇 자 안되는 글과그림 하나 하나가 다 귀하고 좋았어요. 앞으로도 그런 프로그램들이 있었으면 좋겠다 하는 마음이 참 많이 있어요.

◇ 어머님 서예를 비롯해 다른 작품들 보면 항상 아호(雅號)가 눈에 들어오는데요. 「맑은샘」 이라는 아호를 쓰게되신 이유가 있으신가요?

◆ 아호는 제가 짓는건 아니고, 지도해주시는 선생님이 지어주세요. 선생님이 제자를 1년, 2년 보고 느낀 것을 아호에다 넣기도 하고, 고향이름이나 태어난 곳을 따서 짓기도 하고 그래요. 지도해주고 계신 선생님께서 지어주셨답니다.

◇ 지도해주는 선생님이 지켜보고 지어주는 또 다른 이름이라니 의미있는 것 같아요. 마지막 질문을 드리려고 하는데요. 혹시 복지관이나 이걸 보고계신 분들게 해주고 싶은 말 있으신가요?

◆ 젊었을때는 뭐든지 꿈이 있고 목표를 향해서 달려가잖아요? 잘해야지 하는 욕심. 그런데 이제는 우리가 나이가 있으니까 결과물에대한 욕심으로 나아가는 것 보다 내가 현재에 가장 마음 편안하고 즐겁고, 기쁘게 주변사람들과 잘 교류하면서 나에게 주어진 시간 하루하루를 감사한마음으로 살아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우리는 젊었을 때 쉬어가며 갈 줄 몰랐어요. 무조건 빨리 가야하는 줄 알고 달려왔는데 이제는 편안한 마음으로 쉬어가며 노인의 품격을 지켜가면서 천천히 꾸준히 걸어가면 좋겠어요.

취미활동으로 시작해 개인전까지 마친 정안순 어머님의 지치지 않고 천천히 꾸준히 걸어가자는 말이 후배시민인 저에게도 큰 울림을 전해주시는 시간이었습니다.

금강노인복지관이 있을 수 있는 건 복지관을 사랑해주시는 어르신들이 계시기 때문입니다. 금강노인복지관의 숨겨진 보물들을 찾는 ‘인정넘치는 인터뷰’는 다음달에도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