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정넘치는 인터뷰] 세 번째 초대석입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많은 경험과 지혜를 쌓아갑니다. 직접 보고 겪은 경험은 백마디 말 보다 많은 것이 남는다고 하죠. 1927년에 태어나 올해 96세가 되신 나이에도 늘 자전거를 타고 복지관에 오시는 채규인 어르신을 세 번째 손님으로 모셨습니다.

◇ 아버지 소개한번 부탁드려도 될까요?

◆ 저는 27년생. 올해 96세 된 채규인입니다. 제가 가장 존경하는 좋은 아버지를 만나 살아왔습니다.

◇ 코로나 때문에 힘든 시기인데 이렇게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요즘 뭐하고 지내셨나요?

◆ 그래도 복지관 문 닫기 전에는 스마트폰을 배우러 매일 복지관에 다녔는데 요즘에는 낮잠자는게 일이됐어요. 지금은 매주 월요일, 금요일에 학생회관 등 수업을 듣고 있기는 한데 예전같이 공부한게 머릿속에 바로 들어오지는 않지만 운동삼아 자전거를 타고 다니고 있어요.

◇ 복지관 다니면서 ‘복지관이 나를 살렸다’는 표현을 많이 하세요. 어떤 일이 있으셨나요?

◆ 군산에 다른 복지관들을 다니다가 가까이에 복지관이 생겼다고 해서 다니기 시작했어요. 다른 복지관에 다닐때는 ‘직원들이 사무적으로 대한다.’ 라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었는데 여기는 다들 친절하더라구요. 몇 년 전에 복지관 식당에서 밥을 먹다가 쓰러진 적이 있었어요. 근데 복지관 직원들이 빠르게 119에 신고하고 응급처치를 해서 내가 살아났죠. 그러고 몇 년 후, 수업을 들으러 일찍 왔는데 기운이 없더라고요. 잠깐 누워있자는 생각으로 책상에 엎드려 있었는데 힘이 빠지고, 식은땀이 났어요. 주위에 이용하던 사람들이 내 상태가 이상한걸 느꼈는지 바로 직원들한테 이야기해서 그때도 바로 병원에 갔어요. 그러면서 느낀게 금강은 직원도 이용자들도 서로에게 마음을 다해 대한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덕분에 이렇게 아직도 자전거를 타고 여기저기 다닐 수 있는거죠.

◇ 96년을 살아오시면서 많은 일이 있으셨을거 같은데 살아오신 인생에서 후손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실 것 같아요.

◆ 요즘에는 기억력이 안좋아져서 옛날에 있었던 일만 선명하게 기억해요. 일제강점기를 살아와서 후손들에게 들려줄 수 있는 이야기가 그것밖에 없네요. 당시에 일본사람들이 한국사람들을 많이 동원했어요. 사지 멀쩡한 남자들은 총알받이로 끌려갔고, 올드미스라고 불렀던 미혼여성 주도로 고등과(15~16세) 여학생들을 군 위안부로 데리고 갔죠. 당시에 내 여동생도 고등과에 다니고 있었는데 그 올드미스가 강원도에 있는 아버지에게 편지를 했더라고.. ‘교장선생님 따님은 명단에서 뺐습니다.’ 라고. 제 동생도 위안부로 끌려갈뻔 했고 그 시대를 살았던 모두에게 힘들었던 그 때를 후손들이 잊지 않고 기억해줬으면 해요.

◇ 그럼 30년 전으로 돌아가신다면 꼭 하고싶으신 일 있으신가요?

◆ 앞에서 말한거랑 같은 내용인데 몇십년 전에 MBC에서 기자가 일본 취재를 통해 위안부 내용이 언론에 떠들썩했었어요. 당시 나도 경험한걸 증언하고싶어서 주민센터에 이야기 한 적이 있었는데 당시 나랑 대화했던 공무원이 “왜 본인에게 그런 이야기를 하냐”면서 더 큰곳에 가서 이야기 하라고 한 적이 있었어요. 지금은 내 기억이 많이 흐릿해져서 어렵지만 30년 전으로 돌아간다면 내가 직접 보고 경험한 이야기를 남기고 싶어요.

◇ 저같은 요즘 젊은 사람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으실까요?

◆ 나는 젊었을 때 왜 한국에서 태어났을까 많이 슬퍼했어요. 일본사람들이 우리나라에 들어와서 우리나라 사람들을 못살게 구는게 싫었거든.. 그래서 해방후에 태어났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요즘따라 많이 들어요. 뉴스에서 보면 서로 편 나누고, 다른사람을 배척하는 모습이 많이 보이는데 96년 살아오면서 보니까 모든일에 악을 쓰고, 적대적으로 하는 사람들은 말년에 힘들게 가더라고.. 해가 동쪽에서 떠서, 서쪽으로 지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지금처럼 정성을 다해서 살아도 된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서로가 편 나누지 않고 어울려서..

◇ 마지막으로 복지관에 바라거나 해주고 싶은 이야기 있으신가요?

◆ 나는 우리 복지관 직원들은 다 만나는데 관장님이 누군지는 몰라요. 그게 직원들 모습을 보면 관장님이 솔선수범하고 과시하지 않는게 전통처럼 직원들에게도 잘 전달돼서 친절하고 정성스러운 마음으로 나타나는 것 같아요. 지금까지 잘 해와서 앞으로도 모범적인 복지관으로 자리를 지킬거라는 확신이 들어요. 지금까지 해 왔던 것처럼 언제나 진실한 마음을 가지고 일 해주면 좋겠어요.

일제 강점기에 학창시절을 보내신 채규인어르신의 말씀 중 ‘해방후에 태어났으면 더 좋았겠다’는 말이 저희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시는 것 같습니다. 아픈 역사를 경험하시고 이번 인터뷰를 통해 우리에게 전해주신 채규인 어르신께 감사인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