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가 바람에게 하는 말

참, 못됐다!

바람아,

너, 내게 너무 하는 것 아니니?

아무리 나쁜 벌거지들이 그랬다고, 너마저 그럴 줄은 몰랐어.

내가 생색을 내려고 하는 것은 아니지만...

너, 나 아니었으면 매미도 못 만났을 것이고.

그러면 외로웠을 텐데..

너 아주 못됐다.

세상 돌아다니다 이제 와서는 못된 것만 배워왔구나!

무엇이 그리 바쁘다고 이리도 재촉하니?

그냥 두어도 어련히 알아서 비켜주련만.

그동안 사철을 누렸으니,

한철 네게 주지 않으려고 그러지 않아.

조금만 기다려주면 서로 인사라도 하게 두어주지,

뭐가 이리도 바빠서 흔들어 제키니?

어제 비가 오길래 나는 알고 있었어, 니가 들이닥칠거라고.

그래도 작별의 인사를 나눌 수 있게 조금만 기다려주지...

그것이 상정이건만 매몰차게 그리 덮치니!

떨어져

쌓여 내년을 기다리는

네게

거름이 되잖아 흔들어 떨어질 잎이

없으면 너도 재미없을 것 아냐?

내가있어야 니 노래 소리라도 들려줄 수가 있잖아.

여름철에는 니가 내게

그리 힘들게 하였어도 내가 너를 반겼지만...

이제 힘이 없어 그냥 두어도 되는데.

고이 떨어져 거름이 되어주어야

내년 잎이라도 기약하지

이렇게 휘몰아 길바닥으로 내치면.

나도 슬프고 나를 너는 어찌 보려고.

너무 그러는 것 아냐!